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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연기 치솟는데 사람을 밀어 넣어?”…산불로 희생된 진화대원들,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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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웨이브  0 Comments  217 Views  25-03-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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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며, 산불 진화 도중 숨진 공무원들과 진화대원들의 유족들이 비통함에 휩싸였다.

23일 오후 경남 창녕군의 한 장례식장. 이곳에는 산불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창녕군 소속 공무원 강모(33)씨와 진화대원 이모(64)씨, 공모(60)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슬픔과 분노, 절망이 뒤섞인 유족들의 울음이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연기가 하얗게 올라오는데 그 불길에다 애를 밀어넣는 놈들이 어디 있나... 조그만 애를 갖다가...”

강씨의 큰아버지는 군청 관계자들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를 터뜨렸다. 강씨는 창녕군청에 2021년 입직한 녹지직 공무원으로,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오는 28일에는 경남도청 전입 시험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 당일은 강씨의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던 중 강씨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비보로 돌아왔다. 강씨의 큰어머니는 설날 마지막으로 강씨를 만났고, 당시 강씨가 슬그머니 10만원을 쥐여줬던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모(64)씨는 지역에서 ‘가항리 공짜 택시’로 불릴 만큼 어르신들을 살뜰히 챙기던 인물이었다.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던 그는 진화조장으로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끝내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검안 후 장례식장에 도착한 그의 시신을 맞이한 딸 A씨는 “그래도 아버지 얼굴을 보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이씨의 노모는 “우리 세상이 무너져서 우짤고...”라며 발을 구르며 통곡했다.

공모(60)씨는 지역 주민들에게 ‘근면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92세 고령의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던 효자로, 사고 전날 여동생에게 “아버지 잘 부탁해”라는 말을 남긴 채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당일 아침에도 마늘밭에 물을 대주고 현장으로 떠난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과 마을 주민들은 “우리 동네 큰 일꾼이 허무하게 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돼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며 사흘째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진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선에서 땀 흘리던 이들의 희생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현장 대응의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유족들은 “제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며,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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