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루 몇 잔이 적당할까? 과학이 알려주는 건강선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353잔으로, 사실상 매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커피를 많이 마시면 해롭다”는 주장과 “적정량은 오히려 장수에 도움 된다”는 연구가 공존해 소비자들은 종종 혼란에 빠진다. 핵심은 용량과 시간, 개인의 생리적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춰 마시는 것이다.
커피의 대표 성분은 카페인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각성, 반응 속도 향상, 피로감 감소를 유도한다. 이 외에도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세포 손상과 만성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일부 대규모 코호트에서는 하루 3~5잔의 커피 음용자가 비음용자 대비 모든 원인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다. 항산화 효과와 대사 개선, 간 효소 안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유불급 원칙은 커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카페인의 혈중 반감기는 평균 3~7시간이지만 개인차가 크다. 간 대사 효소(CYP1A2) 유전형, 흡연 여부, 경구피임약 복용, 임신 등은 카페인 분해 속도를 늦추거나 빠르게 만든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300mg 내외만으로도 불면, 심계항진, 손 떨림, 위산 역류를 경험할 수 있다. 일반 성인 권고 상한은 하루 400mg 정도이며, 임산부·수유부는 200mg 이하가 바람직하다. 청소년은 체중당 2.5mg 이하로 제한하는 보수적 기준이 널리 쓰인다.
혈압과 심장 건강도 체크 포인트다. 카페인은 섭취 직후 30분 내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수축기 혈압을 일시적으로 5~10mmHg 올릴 수 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대개 일과성 변화에 그치지만,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부정맥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있거나 수면장애가 잦은 사람은 늦은 오후 이후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커피 종류에 따른 건강 차이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종이 필터를 통과하지 않는 보드카피나 터키식, 프렌치프레스 커피에는 카페스톨·카웨올 같은 디테르펜이 상대적으로 많아 LDL 콜레스테롤을 올릴 수 있다. 반면 드립처럼 종이 필터를 쓰면 이 성분들이 상당 부분 걸러진다. 또 디카페인은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해 늦은 시간에도 비교적 안전하지만, 카페인은 적더라도 산도와 향미는 남아 있을 수 있다.
양 조절은 컵 크기와 추출 방식에 좌우된다. 에스프레소 1샷(약 30ml)은 대략 60~80mg,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은 150~200mg, 콜드브루는 추출 농도에 따라 더 높을 수 있다. “하루 2~3잔” 권고가 잔 수 기준으로만 해석되면 실제 카페인량이 과다해질 수 있으므로, 매장에서 제공하는 샷 수와 사이즈를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하다.
커피가 수분을 빼앗는다는 인식은 과장된 면이 있다. 카페인의 이뇨 작용이 있더라도 평소 커피를 마시던 사람에게서는 내성이 생겨 순수한 탈수 효과는 제한적이다. 다만 운동 직후나 탈수 위험이 큰 상황에서는 물을 기본으로 하고, 커피는 보조 음료로 마시는 편이 안전하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식사 직후 진한 커피를 피하는 것이 좋다. 폴리페놀은 비헴철 흡수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철분 보충제나 고철분 식품과는 1~2시간 간격을 두면 도움이 된다.
건강하게 즐기려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가 관건이다. 첫째, 시간 전략. 오후 3시 이전에 대부분의 카페인을 섭취하고, 저녁에는 디카페인이나 허브티로 대체한다. 둘째, 당·지방 줄이기. 시럽, 휘핑크림, 설탕이 들어간 라떼류는 열량이 급증한다. 시나몬이나 코코아 파우더로 풍미를 보완해 당첨가를 줄여보자. 셋째, 위 건강 고려. 공복의 진한 블랙커피가 속쓰림을 유발한다면 우유를 조금 더하거나, 산도가 낮은 원두·콜드브루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넷째, 수면 위생. 밤에는 블루라이트와 카페인이 겹치며 수면 질을 떨어뜨리므로, 취침 6시간 전부터는 카페인 음료를 삼가는 것이 좋다.
원두 보관과 추출도 맛과 건강성을 좌우한다. 갓 볶은 원두는 빛·공기·열·습기에 약하므로 밀폐 용기에 소분해 실온의 그늘에 둔다. 추출 온도는 90도 내외, 물과 원두 비율은 15:1 전후가 표준으로, 과다 추출을 피하면 카페인의 과도한 용출과 쓴맛을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커피는 “얼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시느냐”에 따라 건강 효과가 달라진다. 표준 권장량 범위에서 오전 중심으로 즐기고, 필터 커피를 기본으로 하며, 당과 지방을 더하지 않는 습관을 들인다면 커피는 일상 속 집중과 활력, 사회적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음료가 된다. 자신의 수면 패턴과 질환 이력, 약물 복용 여부를 고려해 개인화하면, 커피는 부담이 아닌 건강한 루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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