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결핍, 한국인에게 흔하지만 간과되는 건강 위협
체내 200여 종 효소 작용에 관여하는 필수 미네랄 아연이 한국인에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조사 결과 20대 여성과 60대 이상 남성에서 아연 권장 섭취량 미달 비율이 높았으며, 전문가들은 면역력 저하와 성장 지연, 피부 문제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연은 단백질 합성, DNA 복제, 호르몬 분비, 신경전달물질 활성 등 거의 모든 생리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영양소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아연을 ‘면역력의 기초’라고 표현하며, 결핍 시 감염병 취약성 증가, 상처 회복 지연, 탈모와 피부 트러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약 30%, 60대 이상 남성의 약 27%가 아연을 권장량 이하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다이어트로 인한 육류 기피, 가공식품 중심 식단, 고령화에 따른 흡수율 저하 등을 꼽는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은 피트산 성분이 아연 흡수를 방해해 결핍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연 부족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신호로 나타난다. 잦은 감기와 피로감, 상처 회복 지연, 미각·후각 둔화, 손톱에 생기는 흰 반점이 대표적이다. 어린이는 성장 지연, 임신부는 태아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아연이 부족한 사람은 감기에 걸릴 확률이 정상군보다 40% 이상 높았으며, 면역세포 활성도가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연 보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하다. 굴은 아연 함량이 특히 높아 100g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의 다섯 배를 충족할 수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와 게, 새우 등 해산물, 병아리콩, 호박씨, 아몬드 역시 좋은 공급원이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도 아연 섭취에 도움이 된다.
보충제를 선택하는 경우 권장량과 상한선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성인 남성 권장량은 하루 10mg, 여성은 8mg이며, 상한 섭취량은 40mg이다. 이를 초과해 장기간 섭취하면 구리 결핍, 위장 장애, 구역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연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과다 섭취 역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특히 알코올을 자주 마시는 사람, 임신부, 수유부, 당뇨 환자처럼 결핍 위험군은 의사 상담 후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병원 영양내분비내과 김모 교수는 “한국인의 전통 식단은 밥과 나물, 국 중심이라 아연이 풍부한 육류와 해산물 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며 “주 3~4회는 아연이 많은 음식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영양소 하나가 전신 건강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연은 흔히 간과되지만, 부족할 경우 건강 전반에 큰 타격을 주는 필수 영양소다. 특히 계절 환절기와 감염병 유행 시기에는 면역력 유지에 더욱 중요하다. 작은 영양소 하나가 건강 수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일상 속 식단 점검을 통해 아연 섭취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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