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간식, 정말 살만 찔까? 건강에 미치는 과학적 영향
야식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문화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밤늦게 치킨이나 라면을 먹는 순간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작은 행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야식은 ‘살찌는 주범’으로 꼽히며, 건강을 해친다는 경고와 함께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렇다면 과연 늦은 밤 먹는 간식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체중 증가와 관련해 야식은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의 생체 리듬은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불리는 생물학적 주기를 따른다. 밤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져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혈당이 더 크게 상승하고, 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밤 11시 이후 식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지방 저장률이 높아지고, 체중 증가 위험이 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야식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는가’와 ‘얼마나 먹는가’다. 고지방·고당분 음식은 분명 체중 증가와 대사질환 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소량의 단백질 위주 간식은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요거트나 삶은 달걀, 두부 같은 단백질 간식은 근육 합성을 도와 수면 중에도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포츠영양학저널(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은 취침 30분 전 소량의 단백질 섭취가 근육 회복과 체지방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또한 야식은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위장에 부담을 줘 속쓰림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따뜻한 우유나 바나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야식을 즐기더라도 소화가 잘 되고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이나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은 저녁과 아침 사이 공복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소량의 건강한 야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단, 이때도 칼로리와 영양소의 균형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야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습관화된 고열량 섭취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볍게 즐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매일 밤 치킨이나 라면 같은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면 체중뿐 아니라 혈압·혈당 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늦은 밤 과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야식은 ‘적’도, ‘친구’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 양, 그리고 음식의 질이다.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고 싶다면 과자나 라면 대신 요거트, 견과류, 바나나 같은 건강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야식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생활 습관의 작은 선택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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