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면역력’이다. 특히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잦은 감기, 장염, 피부 트러블 등으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단순한 감기도 쉽게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면역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많은 부모들이 비타민 보충제나 건강식품에 의존하지만,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은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충분한 휴식에서 시작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영양이다. 아이들의 면역 세포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지방산 등 다양한 영양소로 구성된다. 단백질은 면역세포의 주요 구성 요소로 부족하면 항체 생성이 원활하지 않다. 육류, 생선, 달걀, 두부, 콩 등 단백질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연은 세포 성장과 면역 반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굴, 소고기, 호박씨 등은 아연의 좋은 공급원이다. 또한 비타민 A, C, D는 감염 방어에 중요한 영양소다. 비타민 A는 점막을 보호하고,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비타민 D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한국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비타민 D 부족은 호흡기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하며, 햇볕을 쬐는 생활습관과 보충제를 권장한다.

두 번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 만 3~5세는 하루 10~13시간, 6~12세는 9~12시간의 수면이 권장된다. 수면 부족은 면역세포 활동을 저하시켜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부족한 아동은 감기 발병률이 1.5배 높았다. 아이가 쉽게 잠들지 못한다면 낮 동안 적절한 활동량을 늘리고, 잠들기 전 TV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적절한 신체 활동이다. 운동은 면역 세포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며, 체온 상승을 통해 면역 반응을 촉진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최소 60분 이상, 중등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권장한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활동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장 건강 관리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이 면역력의 70% 이상을 좌우한다고 보고한다. 아이가 장 건강을 유지하려면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식품(요구르트, 김치 등)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반대로 지나친 가공식품과 당분은 장내 유해균을 늘려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다섯 번째는 과도한 청결 습관을 경계하는 것이다. 물론 손 씻기와 기본 위생은 필수지만, 아이를 지나치게 무균 상태로 키우면 오히려 알레르기와 면역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생 가설’이라고 부른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보다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이 낮았다. 적당한 외부 활동과 자연과의 접촉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여섯 번째는 정서적 안정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 호르몬이 증가해 면역 반응이 억제된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부모의 관심과 애정,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면역력은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건강과도 직결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이 흔히 간과하는 부분은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은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직접적으로 높여주는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예방접종을 제때 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은 결코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충분한 영양,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활동, 정서적 안정, 그리고 예방접종이라는 기본 원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답이다. 부모의 작은 관심과 생활 속 선택이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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